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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풀리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5. 21.

클레어 풀리작가의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 책표지.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영국 작가 클레어 풀리가 2022년에 발표한 현대 영국 소설입니다. 원제는 『The People on Platform 5』이며, 한국에서는 다소 위트 있게 번역된 제목으로 출간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런던 통근 열차 안,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칸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형성과 변화를 중심으로, 일상의 반복 속에 가려진 고독과 상처, 그리고 우연한 인연의 아름다움을 따뜻하게 그려낸 휴먼 드라마입니다. 특히 팬데믹 이후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낯선 이와의 교감’,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삶의 리듬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감동적인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1.  줄거리

소설의 무대는 런던의 플랫폼 5, 매일 아침 같은 열차를 타고 같은 좌석에 앉는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들은 한 칸에 앉아있지만, 서로 말을 섞지 않고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익명의 군중입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아이비라는 특별한 여성이 있습니다. 아이비는 50대 후반의 간호사로, 누구에게나 다정하게 미소 짓고 조용히 타인의 사정을 살피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매일 마주치는 같은 칸의 사람들을 ‘열차 친구들’로 분류하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마음속으로 이야기들을 만들어냅니다. 이 열차 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탑승합니다. 페터는 말 수 적은 성공한 변호사로, 늘 정확한 시간에 탑승해 노트북을 열고 일만 합니다. 데이비드는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중년 남성으로, 겉보기엔 세련됐지만 어딘지 공허합니다. 클레어는 늘 피곤해 보이는 젊은 여성으로, 커피에 의지해 하루를 시작하는 인물입니다. 아나벨은 패션 감각이 뛰어난 은퇴 여성으로, 아이비와 나이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듯 보입니다. 푸나는 히잡을 쓴 조용한 여성으로, 늘 책을 읽고 있지만 타인과는 벽을 둡니다.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한 통의 사건, 즉 열차 내에서 누군가가 갑작스레 쓰러지는 응급 상황을 계기로 관계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아이비는 전문 간호사로서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하고, 이 사건은 사람들 사이의 어색한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됩니다. 그날 이후, 플랫폼 5의 사람들은 조금씩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웃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일상의 친구’가 되어갑니다. 각자의 삶에선 상처와 비밀이 있지만, 그들은 플랫폼이라는 중립적인 공간에서 가족도, 동료도 아닌 ‘낯선 친구’가 됩니다. 아이비는 늘 다른 사람을 돌보며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의 상처는 말하지 못한 채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녀의 남편은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고, 그녀는 그 슬픔을 타인에 대한 친절로 덮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슬픔을 말하고, 진정한 위로를 받게 됩니다. 소설은 결국 일상 속의 낯선 이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이 얼마나 얇은 것인지, 그 벽을 넘는 용기와 따뜻함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2.  등장인물

1. 아이비: 소설의 중심 인물. 나이든 간호사로, 평생을 남을 돌보는 일에 헌신해온 여성. 남편을 떠나보낸 상실감을 안고 있지만,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조용한 강인함의 상징. 플랫폼 5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존재이자 연결 고리역할을 합니다.


2. 페터: 성공한 로펌 변호사. 겉보기엔 완벽하지만, 실은 가정과 인간관계에서 외로움을 겪고 있음. 플랫폼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재정립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3. 클레어: 늘 지쳐 보이는 30대 여성. 회사 일에 치여 자신을 돌보지 못하던 인물로, 플랫폼에서의 교류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회복하게 되는 역할입니다.


4. 푸나: 무슬림 여성. 조용하고 내성적이지만 지적인 인물로, 처음엔 벽을 치고 있지만 점차 마음을 열며 모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조용한 중심’이 됩니다.


5. 데이비드: 겉으론 유쾌하고 밝은 중년 남성이지만, 사실은 은퇴와 고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허세로 자신을 숨기던 인물. 아이비의 진심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6. 아나벨: 상류층 출신의 은퇴 여성. 아이비와 삶의 궤적이 대조적이며, 처음에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지만 점차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진심으로 아이비를 친구로 여기게 됩니다.

3.  배경

소설의 주요 배경은 런던 지하철 플랫폼 5와 통근 열차 칸입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관계 형성은 마치 무대극처럼 느껴질 만큼 집중도가 높으며, 현대 도시인의 단절된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하루하루 반복되는 통근 시간 속에서 ‘일상과 우연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일상 속 누구나 지나치는 ‘비인격적인 공간’이지만, 소설 속에서는 관계의 전환점이 되는 장소로 재해석하고 있죠. 또한 다중 시점을 통해 각 인물의 내면을 조금씩 드러내며, 독자가 다양한 삶의 결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사 구조는 단순하지만, 감정의 결이 매우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어 잔잔한 여운이 깊게 남기고 있습니다.

4.  도서평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선한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작가의 믿음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입니다.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인간이 얼마나 따뜻한 존재일 수 있는지를 증명해내는 이 소설은 코로나19 이후 각자 고립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특별한 위로와 회복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쓰여지고 있습니다. 클레어 풀리는 전작 『진실에 갇힌 남자』에서도 그러했듯, 익명의 일상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치유의 과정을 서정적이고 유쾌한 문체로 그려냅니다. 이 작품은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책을 접하는 우리들로 하여금 “나 역시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특히 아이비라는 인물은 요란한 영웅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이웃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 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녀의 친절은 단순한 배려를 넘어서 타인의 삶을 진정으로 바라보는 감정적 책임의 표현이며, 그런 그녀의 진심은 서서히 모두를 변화시킵니다.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클럽』은 읽고 난 후 오랜 여운을 남기는 소설입니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친구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그 존재만으로도 서로의 삶을 따뜻하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잔잔하고 따뜻한 작품입니다. 그 따뜻한 여운을 느끼고자 하신 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