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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작가 『천 개의 파랑』: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5. 18.

천선란작가의 '천 개의 파랑' 책표지.

 

『천 개의 파랑』은 2020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많은 주목을 받은 천선란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로봇, 인간, 동물, 죽음, 그리고 감정이라는 요소를 섬세하게 엮어내며, SF라는 장르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존엄과 공감,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은 탐구를 담은 따뜻한 휴먼 드라마입니다. 기술이 고도화된 미래 사회에서 '의식을 가진 로봇 ‘그레이트피스’의 시선을 따라가며, 무엇이 인간성을 정의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1. 줄거리

소설의 화자는 '그레이트피스(이하 그피)'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돌봄 로봇입니다. 그는 원래 동물 테라피 센터에서 치료를 돕는 로봇으로 활동하다가, 사고로 인해 더 이상 돌봄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폐기 직전의 상태로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그를 다시 깨운 건 한 아이, 지유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지유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정심)'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녀로, 그피에게 자신들의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피는 정심과 지유의 곁에 머물며, 점점 이 인간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와 감정, 그리고 기억에 대해 배워나갑니다. 특히 정심은 예전의 기억이 점차 흐려지면서도 그피에게 진심을 나누려 하고, 지유는 가족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정심과 그피 사이에서 감정적으로 성장해 갑니다. 동시에 그피는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자신이 돌보았던 치료마(馬) ‘하루’를 떠올립니다. 하루는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과의 접촉을 거부했던 말이었고, 그피는 하루의 곁을 오래 지키며 신뢰를 쌓았습니다. 그러나 하루의 죽음은 그피의 내면에 깊은 충격을 남깁니다. 그는 그 경험을 통해 죽음과 상실에 대해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중후반부에서는 로봇의 ‘권리’와 ‘존엄’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등장합니다. 그피는 기술적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모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점점 스스로 판단하고 느끼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로봇을 여전히 기계로만 간주하며, 그피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냉담합니다. 결국 그피는 다시 폐기될 위기에 처하지만, 그를 아끼는 사람들인 지유, 정심, 그리고 그피의 기억 속 존재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며 그를 지키기 위해 나섭니다. 소설은 그피가 기억하고, 사랑하고, 감동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중심으로 인간성과 로봇성의 경계를 흐리며, 존재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묻습니다.

2.  등장인물 소개

1. 그레이트피스(그피): 인공지능 돌봄 로봇. 감정과 기억을 지닌 존재로 성장해 가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
소설의 화자이자 중심 인물. 인공지능 돌봄 로봇으로, 본래 동물 테라피를 수행했으나 이후 인간의 곁에서 감정과 기억을 쌓아가는 존재입니다. 점차 감정과 자율적 판단 능력을 갖추며, "무엇이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2. 지유: 정심의 손녀로, 어린 시절부터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인물. 그피를 가족처럼 아끼며 감정적으로 깊이 성장해 갑니다.
정심의 손녀로, 어린 나이에 가족을 잃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소녀. 감수성이 풍부하고 강인한 아이로, 그피를 가족처럼 받아들이며 소중한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3. 정심: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병세 속에서도 따뜻한 감정과 인격을 보여주며, 그피와의 교감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나눕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지유의 할머니. 병세가 깊어지면서도 여전히 사랑과 정을 품고 있는 인물로, 그피에게 ‘가족’이라는 의미를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4. 하루: 과거 그피가 돌보았던 치료마(말). 죽음 이후에도 그피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감정 형성에 영향을 줍니다.
그피가 돌봤던 말(馬). 말이지만, 소설 속에서 중요한 감정의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하루의 죽음은 그피의 감정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 로봇의 정서 성장이라는 주제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5. 기술자들 및 관리자: 로봇을 기계적 자산으로만 보는 시선을 대표하는 존재들로, 그피의 인간성을 외면하는 인물들입니다.

그피를 ‘기계’로 보는 시선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사회가 로봇에게 부여하는 기능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관점을 보여줍니다.

3.  배경

『천 개의 파랑』의 배경은 근미래의 한국 사회입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일상화된 시대이며, 로봇이 인간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사회입니다. 특히 치매 환자를 위한 돌봄 시스템, 동물 테라피 센터, 로봇 윤리 논의 등은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집니다. 이 작품은 사이버 펑크적 미래가 아니라,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조용한 사회적 SF에 가깝습니다.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은 여전히 모순과 갈등을 품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인간성의 본질을 더 깊이 조망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며 내용이 전개됩니다.

4.  도서평

『천 개의 파랑』은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다는 역설을 통해, 감정의 본질과 기억의 가치, 존재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로봇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봄으로써, 오히려 독자는 더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되묻게 됩니다. 천선란 작가는 정제된 문장과 섬세한 묘사, 그리고 지나치게 감정에 기대지 않는 서술로 감동의 밀도를 깊이있게 높입니다. 기술과 감정이 충돌하는 부분에서도, 그녀는 과장되지 않은 현실감 속에서 ‘공감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동물과의 관계를 그린 장면에서는 로봇-동물-인간 간의 삼각적 교감 구조가 매우 독창적으로 전개합니다. 하루의 존재는 그피에게도, 독자에게도 강한 울림을 주며 마치 기존에 나와있는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에서의 휴머니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 개의 파랑』은 단순히 SF 장르의 소설이 아닌, 존재와 관계, 돌봄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현대 문학의 결과물이라고 생각됩니다. 읽고 난 후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있을까?” “감정과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인간일까, 생명일까?” 이 책은 그런 질문들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오래도록 남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