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만드라골라』 :줄거리,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6. 4.

니콜로 마키아벨리 작가의 '만드라골라' 책표지.

 

『만드라골라』는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집필한 유일한 희극 작품으로, 인간 본성의 위선과 욕망, 그리고 그에 대한 사회의 위태로운 도덕적 프레임을 유쾌하게 풍자한 르네상스 시대 대표 문학입니다. 많은 이들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통해 정치적 냉철함을 기억하지만, 『만드라골라』는 그보다 훨씬 인간적이며, 동시에 철학적으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이 희극은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남성 중심 사회, 종교적 타락, 여성의 억압된 지위 등을 그려내며 시대를 뛰어넘는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1. 줄거리 - 욕망과 계략의 교차점

『만드라골라』의 중심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심리는 매우 복잡합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오랜 유학을 마치고 피렌체로 돌아온 젊은 귀족 칼리마코는, 그곳에서 아름답고 정숙한 여성 루크레치아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녀가 이미 노년의 변호사 니치아와 결혼한 유부녀라는 점입니다. 더욱이 루크레치아는 종교적 신념이 강하고 매우 보수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 단순한 접근으로는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칼리마코는 루크레치아와 육체적 관계를 맺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약초 ‘만드라골라’를 활용한 계략을 세웁니다. 그는 친구 리구르지오와 상의하여, 만드라골라가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허구의 정보를 니치아에게 전달합니다. 하지만 약초에는 위험한 부작용이 있다며, 그 약을 먹은 여성과 처음 관계를 가지는 남성은 죽는다는 이야기를 더합니다. 니치아는 자손을 원해 아내에게 약초를 먹이고, 다른 남성(사실은 칼리마코)과 하룻밤을 보내게 합니다. 계획은 성공하고, 루크레치아는 처음엔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후로는 칼리마코를 받아들이며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결정을 합니다. 그녀는 세상의 위선과 종교의 껍데기를 깨닫고, 실질적 행복과 진실된 인간 관계를 선택합니다. 이는 단순한 희극의 결말을 넘어서, 사회 구조와 개인 윤리에 대한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장치로 읽혀진다고 생각이 듭니다.

2.  등장인물 - 인간의 위선과 사회 구조의 풍자

-.칼리마코
칼리마코는 단순한 사랑을 위한 계략을 꾸미는 청년이지만, 그 안에는 마키아벨리적 정치관이 은유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인간 심리와 사회 제도를 활용해 자신의 욕망을 관철합니다. 마치 정치적 권력을 탐하는 군주의 축소판처럼 행동하며, 이 점이 작품을 단순한 연애 희극이 아닌 정치 풍자의 장으로 만듭니다.

-.루크레치아
루크레치아는 처음에는 순종적이고 종교적 신념이 강한 여인으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의 욕망과 감정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녀는 단지 남성들의 계략에 휘둘리는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마지막에 자기 운명을 선택하는 주체로 거듭납니다. 이는 마키아벨리가 여성의 주체성과 사회의 억압을 비판적으로 다뤘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니치아
루크레치아의 남편으로, 본래는 지혜롭고 경험 많은 변호사라는 외형을 갖추었지만 실상은 어리석고 허영심 많은 인물입니다. 그는 아내의 임신을 위해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내어주는 행위를 합리화하고, 그 결과로 사회적 체면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마키아벨리는 그를 통해 당대 지식인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프라 테모테오
돈과 권력을 위해 신념을 저버린 성직자로, 작품 내에서 가장 강한 풍자 대상입니다. 그는 종교라는 권위로 루크레치아를 설득하며, 마치 성경 해석조차도 세속적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의 종교적 타락과 교회의 부패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스스트라타
루크레치아의 어머니로, 딸의 결혼과 가문의 명예를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이성보다 결과를 중시하며, 딸을 설득해 남성과의 관계를 허용합니다. 이는 당대 여성의 위치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되는 여성의 역할을 드러냅니다.

-.리구르지오
기회주의적이며 논리적인 인물로, 칼리마코의 계획을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조력자입니다. 그는 인간 심리를 잘 파악하며, 자신의 이익과 재미를 위해 타인을 조종합니다. 일종의 무정부적 캐릭터로서, 사회 제도 밖에서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3. 배경 및 시대적 상징 - 르네상스와 종교의 이중성

작품의 배경은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로, 당시 유럽의 르네상스 문화가 절정에 이르던 시기입니다. 예술, 과학, 인문주의가 꽃피웠지만 동시에 종교 권력과 귀족 사회의 위선은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만드라골라』는 그러한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겉으로는 도덕과 신념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권력욕이 모든 행동의 근본 원인이 되는 세계입니다. ‘만드라골라’는 단순한 약초가 아니라, 인간 욕망의 상징입니다. 고대로부터 환각과 성적 능력 강화의 속성을 지닌 식물로 알려져 있었기에, 이 약초는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기 위한 상징적 도구로 기능합니다. 칼리마코는 이 약초를 통해 정당한 목적을 가진 것처럼 포장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만 관심이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이를 통해 당시 교회의 권위, 남성 중심의 가족 구조, 여성 억압, 그리고 사회 전반의 타락을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특히 성직자 프라 테모테오의 등장은 그 자체로 종교 권위가 얼마나 쉽게 인간 욕망에 무릎 꿇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작품 전반에 깔린 냉소적 유머와 아이러니는 르네상스 시대 인문주의와 종교 권력의 충돌을 극적으로 형상화한 장치입니다. 작품을 읽는 독자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서,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고 인간 본성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인듯 합니다.

4. 도서평 - 고전이 던지는 통렬한 질문

『만드라골라』는 단지 재미있는 옛날 희극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키아벨리의 정치 철학이 녹아든 풍자극이며, 인간의 민낯을 가장 통렬하게 그려낸 문학적 성과입니다. 이 작품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그의 사상이 문학이라는 틀에서 구체화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이 작품을 통해 ‘진짜 위선자는 누구인가’, ‘도덕은 언제 타협되는가’, ‘진실된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질문은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사회 제도, 종교 권위, 도덕 프레임은 달라졌지만, 인간의 욕망과 기만, 자기 합리화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고전이 지닌 힘이 단지 오래됐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임을 증명합니다. ‘희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인간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짚어낸 이 작품은, 마키아벨리가 정치철학자임과 동시에 위대한 문학인이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만드라골라』는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이 녹아든 풍자 희극으로, 인간 본성과 사회의 위선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사랑, 욕망, 종교, 권력의 얽힘을 통해 본 인간의 민낯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맥락에서 읽되,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볼 때 이 작품의 진가는 더 빛납니다. 고전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꿰뚫는 통찰을 경험하고 싶다면, 『만드라골라』는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