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가 2019년 발표한 동명 소설집이며,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지닌 주인공의 일상과 사랑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책은 젊은 세대, 특히 성소수자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공감을 얻으며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박상영 특유의 솔직하고 유쾌한 문체, 대도시라는 공간에서 마주하는 감정의 파편들, 그리고 사랑과 관계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찰은 이 작품을 단순한 퀴어 소설이 아닌, 현대 한국 사회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으로 만들어 졌다고 생각합니다.
1. 줄거리 – “사랑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연작 형식으로 구성된 네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각 단편은 서로 연결되면서도 독립적으로 읽힐 수 있으며, 공통적으로 ‘영’이라는 이름의 화자가 등장해 그가 겪는 사랑, 실연, 가족 문제, 사회적 시선 등을 다룹니다. 특히 표제작인 「대도시의 사랑법」은 주인공 ‘영’이 어느 날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영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30대 게이입니다. 외롭고, 실연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으며, 자기 자신조차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갑자기 나타난 연인 ‘진우’를 만나면서 삶에 작지만 확실한 변화가 생깁니다. 진우는 이해심 깊고 따뜻하며, 영이 그토록 원했던 감정적 안정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성 정체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 친구들과의 거리감, 직장에서의 위장된 태도, 그리고 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만듭니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연애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흔들리며, 결국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되는지를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작가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성소수자가 대도시에서 겪는 외로움과 관계의 복잡성을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뼈아픈 이야기들이 모여 현실적인 사랑의 민낯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 등장인물 – “불완전한 우리를 위한 이야기”
이 작품의 핵심은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인공 ‘영’은 작가 박상영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인물입니다. 영은 겉으로는 능글맞고 유머 넘치는 사람이지만, 내면에는 외로움과 불안, 상처가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면서도, 때때로 그것을 숨기고 싶어 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관계에서 계속해서 흔들립니다.
영의 연인 ‘진우’는 이상적인 연인의 상을 지니고 있는 듯하지만, 그 또한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입니다. 진우는 영보다 감정 표현에 서툴고, 때로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태도로 영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의 상처를 자극하기도 합니다.
영의 가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히 어머니는 영이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존재이자, 동시에 가장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물입니다. 가족과의 갈등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대변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또한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친구들, 직장 동료, 과거의 연인들은 영이 겪는 현실적 고민과 감정의 층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들은 단지 배경 인물이 아니라, 영의 자아가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주는 복잡한 관계망의 일부일 뿐 입니다.
3. 배경과 메시지 – “도시, 그 속의 연애”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도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닙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는 인간관계가 쉽게 엇갈리고, 외로움이 더욱 증폭되는 공간입니다. 작가는 도시의 카페, 술집, 오피스텔, 지하철역 등 일상적인 장소들을 배경으로 삼아, 현대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대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선택지를 갖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소외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히 성소수자에게 대도시는 ‘피난처’이자 ‘시험대’로 기능합니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여전히 드러낼 수 없는 감정들이 존재하는 곳.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런 도시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작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솔직해서 아플 정도로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랑은 때때로 폭력적이고, 질투를 낳으며, 자신조차 미워하게 만드는 감정임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다시 해보는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지켜냅니다.
결국 『대도시의 사랑법』은 단지 동성 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사랑이 그렇듯, 불완전하고 흔들리지만 그 안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책은 ‘누구나 사랑 앞에서 평등하게 아프다’는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4. 도서평 – “사랑은 여전히 어렵지만, 우리는 계속한다”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탐색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은 이야기의 한 축이지만, 그것이 이 소설의 전부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 책은 연애와 실연, 가족과의 갈등, 사회적 시선과 자존감의 회복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의 기술’을 보여줍니다.
박상영 특유의 재치 있고 밀도 높은 문장은 독자의 마음을 웃게 하면서도, 그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우리가 관계 안에서 얼마나 상처받고, 또 그 상처를 껴안으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따뜻하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사랑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그래도 ‘다시 한번 사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