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연 작가의 장편소설 『드라이브』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한 여성이 겪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인간 내면의 불안, 공포, 그리고 진실을 향한 집요한 집착을 심리적으로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작가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탄탄한 구성력과 디테일한 심리 묘사를 통해 입체적으로 풀어내며, 일상의 이면에 감춰진 공포와 진실을 탐색하게 만든다.
1. 줄거리 요약
소설은 평범한 주부 ‘지영’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일상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평소처럼 아이를 등교시키고 돌아오는 길, 지영은 한 남자로부터 차량을 이용한 강제적인 ‘드라이브’를 강요받는다. 낯선 남성은 그녀의 차에 타고, 그녀를 협박하며 운전하게 만든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닌 듯한 말투로, 그리고 지나치게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된 이 드라이브는 점차 지영을 혼란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처음엔 단순한 강도나 납치 사건으로 여겨지던 이 사건은 점차 미스터리한 구석을 드러내며, 지영이 알지 못했던 자신과 주변 인물들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남자는 계속해서 지영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 그녀는 그 남자가 단순한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녀의 과거를 들추고, 그녀가 잊고자 했던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낸다.
‘드라이브’는 실제로 물리적인 이동일 뿐 아니라, 지영이라는 인물이 감정과 기억, 관계 속에서 겪는 심리적인 여정이기도 하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그녀의 심리와 맞물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허상인지, 불신과 긴장이 고조되는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2. 주요 등장인물
지영은 주인공이다. 평범한 가정주부이며, 처음에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드라이브’ 사건을 겪으면서 그녀의 숨겨진 과거와 복잡한 심리가 드러난다. 억눌린 감정, 잊고 지내던 기억, 관계 속에서의 불안감 등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층위를 지닌 인물이다.
남자는 이름조차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인물로, 이야기 내내 지영의 옆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독자에게는 베일에 싸여 있다. 그는 단순한 범인이 아니라, 지영이 직면하지 못한 과거를 상징적으로 끌어내는 존재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이야기를 서스펜스로 끌고 가는 핵심적인 장치이기도 하다.
지영의 가족(남편, 아이)은 지영이 지키고자 하는 삶의 중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삶이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놓여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녀의 가족은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일상’이라는 허상 속에 그대로 머무른다.
3. 배경과 분위기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배경 설정이다. 평범한 도시의 오전 시간, 학교와 집 사이, 그리고 익숙한 도로 위. 우리가 매일같이 지나치는 그 길에서 일어나는 ‘비일상’은 독자에게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처럼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은 단순한 추리나 공포를 넘어선 ‘심리 서스펜스’로 진화한다.
‘드라이브’는 단순한 공간적 이동이 아닌, 한 인간이 자기 내면과 과거를 향해 달리는 상징적인 여정이다. 소설 전반에 깔린 심리적 불안감은 차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 도망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서로에게 말을 거는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긴장감에서 비롯된다.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질식할 듯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4. 도서평 및 감상
『드라이브』는 사건 자체보다는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독자들은 지영이라는 인물을 따라가며, 그녀가 잊고 있던 혹은 외면해왔던 과거의 진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인물의 감정 변화와 생각의 흐름을 굉장히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진실’이라는 것이 항상 선명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왜곡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감춰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진실을 직면하는 일이 때로는 더욱 큰 상처가 될 수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외면하거나 재구성한다는 점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정해연 작가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 작가가 아니다. 그녀는 인간의 본성과 심리, 그리고 일상의 틈새에서 드러나는 불안과 공포를 섬세하게 다루는 데 능한 작가다. 『드라이브』는 이러한 그녀의 작가적 특징이 매우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한 편의 심리극을 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5. 결론
정해연 작가의 『드라이브』는 단순한 스릴러, 단순한 납치극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이라고 믿는 모든 것에 대한 의심이며, 심연 속 진실과 직면하게 만드는 하나의 ‘여정’이다. 독자는 책을 덮은 후에도, ‘과연 나는 나의 삶을 진짜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오래도록 품게 된다. 『드라이브』는 단숨에 읽히지만, 그 여운은 오래 간다. 특히 인간의 내면에 관심이 많은 독자,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