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는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 소년의 시선을 통해, 순수함과 상상력, 그리고 우정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문학의 서정성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이 어우러진 감동적인 성장담이자, 마음을 울리는 순정의 서사로,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1. 줄거리 요약
이야기의 주인공은 열두 살 소년 셸르, 그는 다소 느리고 세상의 기준에 잘 맞지 않는 아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질서와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프랑스 남부의 석유 저장고에서 일하는 부모 아래서 자란 그는, 학교에서나 또래들 사이에서 늘 소외되고 무시당한다.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사회적 규범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사람들과 부딪히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혼자 상상하며 지내기를 좋아한다.
어느 날, 어떤 일로 인해 그는 부모와 멀어지고, 어른들은 그를 '시설'로 보내려 한다. 이에 셸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방향을 정하기로 한다. 그는 자신이 떠나야 한다고 느끼고, 세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왕국을 만들기 위해 언덕 위 숲 속으로 향한다. 그곳은 그가 상상 속에서 '왕'이 되기로 결심한 장소이며, 세속적인 가치와 규칙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가는 과정의 시작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비비안이라는 소녀를 만난다. 비비안은 셸르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으며,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고, 때론 냉소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 역시 삶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둘은 서로를 알아가며 점점 가까워지고, 셸르는 그녀를 자신의 ‘여왕’으로 삼으며 지켜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유대는 현실의 벽과 마주하게 된다. 셸르가 생각하는 보호와 사랑의 방식은 때로는 현실에 어긋나고, 어른들이 정의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아이들의 세계를 억누르려 한다. 소설은 셸르의 시점을 통해 그들이 처한 현실과 그로부터의 도피, 그리고 성장의 고통을 그려낸다.
2. 주요 등장인물
셸르
작품의 주인공. 열두 살의 남자아이로, 지능이 다소 낮다는 평가를 받지만, 남다른 순수함과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어른들이 정한 규칙과 세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려 한다. 자연과 함께하며 상상의 세계를 현실처럼 살아가는 그의 시선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비비안
셸르가 ‘여왕’으로 모시는 소녀. 사회적으로는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성향을 띠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외로움과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셸르에게 있어 비비안은 현실과 상상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그가 보호하고 싶은 존재로 자리잡는다.
셸르의 부모
사랑은 하지만 셸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존재들이다. 그를 위해 시설에 보내려 하지만, 그 행위가 셸르에겐 거부감으로 다가온다. 이들은 ‘정상’의 틀 안에서 아들을 재단하려는 어른들의 시선을 대표한다.
어른들(선생, 사회복지사 등)
셸르를 ‘보호’하고자 하면서도 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시선으로 셸르를 판단하며, 결국 그를 변화시키려 한다.
3. 배경과 분위기
『그녀를 지키다』는 프랑스 남부의 자연 풍경과 광활한 숲, 그리고 외딴 저장고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이 배경은 셸르의 내면 세계와 깊은 연관을 지닌다. 거칠고 외로운 산업지역은 셸르가 느끼는 현실의 불편함과 단절감을 나타내며, 숲은 그가 도피하고 상상하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묘사에 있어 매우 섬세한 언어를 구사하며, 셸르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소설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서정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짙은 슬픔과 안타까움이 깔려 있다. 아이의 순수한 언어로 전개되는 서사는 오히려 어른들이 잊고 있던 감정과 상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4. 도서평 및 감상
『그녀를 지키다』는 한 편의 시와도 같은 소설이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단순히 성장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세상이 정의하는 ‘정상’이라는 기준에 도전하며, 아이들의 세계를 어른들의 시선에서 해방시키고자 했다. 셸르의 눈을 통해 본 세계는 때로는 더 진실되며, 더 인간적이다.
셸르라는 인물은 장애가 있는 아이라는 틀로 규정짓기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그려진다. 그는 더디지만 진심을 가지고 세상을 대하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특히 그가 비비안을 ‘지켜주겠다’고 결심하는 장면은 단순한 연애 감정을 넘어서, 순수한 헌신과 사랑의 상징으로 읽힌다. 또한, 이 작품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룰이 얼마나 아이들의 자유와 본성을 억누르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셸르를 보호하기 위해 그를 통제하려는 어른들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외시키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는 독자에게 ‘진짜 보호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문체 또한 주목할 만하다. 단순하고 명확한 문장은 셸르의 사고방식과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독자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된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면서 동시에 따뜻함과 위로의 눈물이기도 하다.
5. 결론
『그녀를 지키다』는 단순한 성장소설을 넘어, 순수한 사랑과 보호 본능, 그리고 사회적 규범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이해’란 단순히 상대를 규정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셸르를 통해 세상에 따뜻한 시선을 던졌고, 그 따뜻함은 독자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진정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그녀를 지키다』는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