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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작가의『페인트』: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6. 25.

이희영작가의 '페인트' 책표지.

『페인트』는 이희영 작가가 청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선 존재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을 담은 장편소설입니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 가족의 형태와 양육 방식이 완전히 변화한 세계.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국가 시스템에서 길러지며, 일정 나이가 되면 ‘양부모 면접’을 통해 부모를 직접 선택하게 합니다. 이 설정은 ‘부모는 자격이 필요한가’라는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질문을 중심으로, 진짜 돌봄과 관계의 의미를 탐구하게 만들어 나갑니다. 『페인트』는 단지 미래형 디스토피아 소설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족은 무엇인가", "누가 나를 진짜 사랑해주는가"라는 보편적인 물음을 조용히 건넵니다.

1. 줄거리 – 부모를 인터뷰하는 아이들, 그리고 ‘진짜’ 관계를 찾아서

소설의 주인공은 ‘제이’. 그는 ‘PAINT’라 불리는 국가 기관에 소속된 아이입니다. PAINT는 Parents Are Not Integral To Teens, 즉 ‘부모는 십대에게 필수가 아니다’의 약자로, 생물학적 부모가 아닌 사회적으로 적합한 부모를 선택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제이와 친구들은 생후 몇 개월부터 국가에서 위탁되어 자라왔고, 만 17세가 되면 스스로 ‘면접’을 통해 양부모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PAINT의 아이들은 ‘부모 인터뷰 전문가’로 훈련받으며, 철저한 매뉴얼을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심사합니다. 그들은 교육 수준, 소득, 가정환경뿐 아니라 성격적 안정성, 감정 조절 능력까지 다각도로 평가합니다. 제이 또한 인터뷰를 통해 여러 양부모 후보를 만나지만, 그들 모두에게서 ‘진짜 감정’이 느껴지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소설의 핵심은 제이가 한 여성 면접자, ‘고은’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면접 기준에 어긋나는 진심을 보입니다. 무언가 완벽하지 않고, 오히려 불안정하고 감정적인 그녀는, 제이에게 처음으로 ‘인간적인 결핍’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는 구조 자체가 사랑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만듭니다.

제이는 친구들과 함께 시스템을 벗어날 계획을 세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PAINT 시스템은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관계를 통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제이는 친구를 잃고, 사랑을 알고, ‘상처받을 권리’마저도 통제받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그는 선택의 기로에서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진짜 부모란, 조건을 따지지 않고 함께 아파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하여 그는 단 하나의 선택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것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2. 등장인물 – 완벽하지 않기에 더 빛나는 존재들

-.제이 (J)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 PAINT 시스템 하에서 성장한 17세 소년. 또래보다 감정적으로 성숙하지만, 동시에 어릴 적 상처와 분노를 간직한 인물.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표준화된 부모를 향한 인터뷰 속에서, 진짜 관계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고은
부모 면접의 지원자 중 한 명. 외형적으로는 조건이 부족하며,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인물. 그러나 누구보다도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려 하고, 제이에게 ‘이상적인 부모’보다 ‘진짜 인간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제이가 처음으로 감정을 흔들리게 된 인물.

-.제이의 친구들 (테드, 리노, 세라 외)
각자 상처와 결핍을 지닌 PAINT 소속 아이들. 표준화된 시스템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저항하거나 수용합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제이는 감정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인간 존재의 다양성을 받아들입니다.

-.기관 관리자 / 심리상담사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시스템의 상징. 감정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전문가처럼 행동하지만, 그들은 아이들의 진짜 고통이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들은 ‘보호’를 명목으로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적 구조를 대변합니다.

3. 배경 – 가까운 미래, 감정조차 관리되는 사회

이 소설은 근미래 한국 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가상의 디스토피아 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세계에서는 가족이 해체되고, 국가는 양육을 시스템화합니다. 아이들은 출생 후 부모와 떨어져 정부 시설(PAINT)에서 자라며, 17세가 되면 스스로 부모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배경은 고도로 정돈된 듯 보이지만, 사실상 감정의 자유와 진짜 관계는 철저히 통제된 사회입니다. 아이들은 ‘상처받을 권리’를 제한받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훈련받아야 합니다. 이 점에서 『페인트』는 단순한 SF 배경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정서적 소외’와 ‘관계의 상품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감정 평가서’, ‘부모 역량 점수표’ 같은 도구들은 우리 사회의 스펙 중심 가치관, 인간관계마저 조건화하려는 흐름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기도 합니다. 이 배경은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가족’을 찾아가는 여정에 더 큰 긴장감과 의미를 부여합니다.

4. 도서평 – 청소년문학을 넘어, 누구에게나 던지는 질문

『페인트』는 발표 직후부터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독자들로부터도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소설은 ‘부모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랑은 선택될 수 있는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많은 독자들은 제이의 시선을 통해, 자신이 어릴 적 부모에게 느꼈던 감정들 사랑, 오해, 상처, 갈망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부모가 완벽할 수 없고, 아이 역시 이해받고자 하는 존재임을.

문학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청소년 SF로서 매우 완성도 높은 구조와 메시지를 갖췄다", "한국형 디스토피아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라 평가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감정과 돌봄이라는 ‘인간의 본질’에 집중한 서사는, 기술과 구조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립니다.

작품은 무엇보다 ‘돌봄’과 ‘관계’라는 주제를 탁월하게 풀어냅니다. 부모와 자식은 단지 생물학적 연이 아닌, 서로를 선택하고 존중하는 존재라는 메시지는 지금 엄마라는 역할의 저에게도 이 시대에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페인트』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인간적인 결핍을 통해 진짜 관계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그린 성장소설입니다. 부모를 인터뷰하는 사회는 아이에게 자유를 주는 듯 보이지만, 오히려 가장 중요한 감정‘상처받아도 괜찮다’는 감정을 억압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이희영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부모였습니까? 혹은 어떤 아이였습니까?”
그리고 말합니다.
“가족은 조건이 아니라 감정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이 책은 단지 미래를 말하는 소설은 아닌 거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 그 본질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이 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