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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혜 작가의『작은 땅의 야수들』: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6. 22.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 책표지.

 

『작은 땅의 야수들』은 김주혜 작가의 묵직하고도 섬세한 문체가 돋보이는 소설로, 근대화 과정에서 변두리에 밀려난 사람들과, 그들이 처한 사회적‧정서적 폭력을 치밀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인간성과 야성의 경계, 문명과 자연의 간극, 도시와 변두리의 갈등이 응축된 이 이야기는 우리 독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1. 줄거리 – 작고 낡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야수성

『작은 땅의 야수들』은 이름 없는 도시의 한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주인공 ‘소미’는 청소 노동자이며, 매일같이 새벽을 가로지르며 도시의 폐허와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합니다. 그녀는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있고, 언제나 생활고와 싸우며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이 소설의 중심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의 삶’을 묘사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김주혜 작가는 소미가 처한 공간을 ‘문명에서 버려진 곳’으로 묘사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야수적인 생존 본능"과 "감춰진 인간성"의 경계에 대해 말합니다. 소미는 일터에서 만나는 또 다른 인물들, 예컨대 무표정하게 폐기물을 정리하는 동료 '건식', 지하철 역사 밑에서 노숙하며 살아가는 '할아버지', 무심하게 말을 던지는 관리소장 등과 끊임없이 부딪힙니다.

그러던 중, 소미는 과거 자신에게 큰 상처를 남긴 인물과 재회하게 되고, 그 사건이 그녀의 일상에 파문을 일으킵니다.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그녀의 작고도 치열한 투쟁이 소설의 핵심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소미는 점차 내면의 분노와 상처를 드러내며, 단지 살아남기 위한 존재에서 자신과 세계를 향한 질문을 던지는 인물로 변화해 갑니다.

2. 등장인물 – 각기 다른 생존의 얼굴들

-.소미
소설의 주인공. 싱글맘이자 청소노동자로 살아가며, 가난과 육아, 정서적 고립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투하는 인물입니다. 겉으론 무표정하고 단단해 보이지만, 내면엔 복잡한 감정의 층위가 얽혀 있습니다.

-.건식
소미의 동료. 과묵하고 무심한 태도를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원칙과 삶의 방식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소미의 삶에 일정 부분 관여하며, 때로는 묘한 연대감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노숙자 할아버지
지하철 밑 어두운 공간에서 생활하며, 존재 자체가 도시의 이면을 상징합니다. 그는 때때로 소미에게 알 수 없는 예언 같은 말을 건네며,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소미의 아들
초등학생. 어머니인 소미와 달리 밝고 명랑하지만,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제한된 채 자랍니다. 그 존재는 소미에게 삶의 의미이자 무거운 책임입니다.

-.소장
청소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 인권에 무지하고 무례한 인물로, 극 중에서 제도적 폭력과 권력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이름이 아닌 직책이나 역할로 불리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시스템 안의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현실을 더욱 강조합니다.

3. 배경 – 도시의 가장자리, 폐허의 미학

소설의 주요 배경은 이름 없는 도시의 끝자락, 쓰레기 처리장과 폐건물 주변, 지하철 하부 구조, 주차장 등입니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인물의 정서와 삶의 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김주혜 작가는 이러한 공간을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묘사합니다. 쓰레기의 냄새, 지하철의 진동, 금이 간 벽, 새벽 공기의 차가움 같은 감각적 묘사를 통해 배경 자체에 정서를 불어넣습니다. 특히, “도시라는 문명의 탈을 쓴 야수”라는 주제가 작품 전반에 스며들어 있으며, 인물들이 살아가는 이 ‘작은 땅’은 거대 도시의 그림자, 혹은 잊힌 무대처럼 그려집니다.

문명화된 삶의 배경에서 밀려난 이 공간은, 바로 그 ‘야수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배경을 통해 사회적 계층, 존재의 가시성과 비가시성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4. 도서평 – 침묵 속의 절규, 문장 속의 울림

『작은 땅의 야수들』은 독자에게 쉽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강한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주혜 작가는 문장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강단 있게 다루며, 서사의 리듬을 통해 삶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전합니다.

많은 독자들은 이 작품을 두고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무섭다", "폭력이 폭력이라 이름 붙여지지 못할 때 그것이 가장 무섭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작품에서 묘사되는 대부분의 폭력은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 어떤 물리적 타격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 것도 사실입니다.

문학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통해 김주혜 작가가 한국 사회의 변두리에 있는 존재들, 특히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주인공 소미의 침묵과 행동을 통해 ‘존재하는 것만으로 저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회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손꼽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삶의 진실을 감각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극적이지 않지만, 아주 구체적인 묘사 속에 인생의 본질적인 질문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기며, 책을 덮은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거대한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라기보다, 우리가 외면했던 작고 고된 삶의 현장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문명이라는 틀 속에 갇혀 무뎌진 감각을 되돌아보게 되고, 인간성과 생존의 진짜 의미를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김주혜 작가는 그 조용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중요한 목소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