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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 :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5. 30.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 책표지.

 

『종의 기원』은 2016년 출간된 정유정 작가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다룬 심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니라, 선과 악의 경계, 공감과 결핍, 자유의지와 유전적 본능 사이에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를 탐색하는 본격 심리 서사입니다. 특히 정유정은 주인공 한유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악’이라는 것이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1.  줄거리

이야기는 “나는 살인자의 아들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한유진은 25세의 의대 졸업생으로, 정신과 전공의가 되기 위해 준비 중 입니다. 어느 날, 함께 살던 어머니가 자택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고, 유진은 사건 당일의 25시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혈흔은 그의 옷에 묻어 있고, 현장은 정리된 듯하면서도 어딘가 이상합니다. 유진은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는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기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집 안을 수색하며, 어머니의 컴퓨터와 일기, 과거의 사진, 약물 복용 기록 등을 통해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가기 시작합니다. 점차 드러나는 사실은 충격적이죠. 어릴 적부터 유진은 감정 공감 능력이 결여된 아동이었고, 때때로 충동적인 폭력성과 냉혹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유진의 본성을 억누르기 위해 몰래 약물을 먹이며 그의 감정을 조절 해왔던 거였습니다.

한편 유진은 형 ‘한진한’이 어린 시절 죽었다고 들었지만, 어머니의 기록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 속에서 형이 실제로는 살아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형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집을 떠났으며, 유진은 형의 그림자를 내면 속 깊이 품고 자라온 것이였습니다. 진한은 유진에게 있어 강한 존재감과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며, 무의식적으로 그를 동경해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진은 자신 역시 살인 충동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결국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정체성, 형의 존재에 이르기까지 얽힌 퍼즐을 맞춰가게 됩니다. 그러나 소설은 마지막까지 어머니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으며, 유진이 정말로 살인을 저질렀는지 독자의 해석과 추리에 맡겨집니다. 이 모호한 결말은 작품의 핵심 질문을 독자에게 다시 되돌려줍니다. “사람은 과연 본성적으로 선한가, 악한가?”

2. 등장인물

-. 한유진: 25세 의대 졸업생. 어린 시절부터 감정 결핍과 충동적 폭력성을 가진 인물로, 어머니의 통제를 받아오며 자신의 본성을 억제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정체성과 살인의 본능을 자각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 유진의 어머니: 세 아들의 어머니로, 남편이 사망한 후 아이들을 홀로 키웠습니다. 유진의 폭력적 기질을 약물로 통제하며 선한 사람으로 키우고자 했습니다. 유진에게는 끝까지 애정을 가진 존재지만, 동시에 통제자였습니다.

-. 한진한: 유진의 형. 어린 시절 아버지를 살해한 후 사라졌으며,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온 인물. 유진의 내면 속에서 상징적 존재로 남아 있으며, 유진의 의식 깊숙한 곳에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인물입니다.

-. 아버지: 가정폭력의 가해자.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하다 진한에게 살해됩니다. 가족 내 폭력의 기원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3. 배경 및 구조

이야기의 주 배경은 유진이 어머니와 함께 살던 단독주택이며, 공간 자체가 유진의 내면과 정체성을 은유됩니다. 침실, 부엌, 지하실, 서재, 옥상 등은 각각 유진의 기억, 억압된 본성, 무의식과 관련되어 있으며, 그는 이 공간들을 탐색하며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됩니다.

소설은 현재 시점과 과거 회상의 교차 서사로 구성되며, 유진이 하나씩 단서를 맞춰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독자는 유진의 시점을 따라가며, 그의 불완전한 기억과 왜곡된 자아를 통해 점차 진실에 접근하게 됩니다. 이 구조는 독자에게 혼란과 긴장을 유도하며, 서사적 흡입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4. 도서평  및 총평

『종의 기원』은 정유정이 인간의 본성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범죄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찾고 있는 듯 합니다. 유진이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심리 실험입니다. 감정이 결여된 한 인간이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경로(의대 졸업생)로 성장했을 때, 그는 과연 사회에 ‘무해한’ 존재인가? 유진은 “나는 괜찮은 사람일지도 몰라”라고 반복하지만, 우리는 그가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점점 확신하게 됩니다.

작품의 중심 주제는 ‘악의 본질’이라고 생각이 되는 작품입니다. 유진은 타고난 악인가, 아니면 학습된 결과인가? 그의 폭력성은 유전자에 새겨진 것인가, 아니면 부모의 선택(약물, 통제)에서 비롯된 것인가? 작가는 이 질문에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않으며, 오히려 책을 접하는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유정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서늘합니다. 서술은 복잡하지 않지만, 감정의 결은 깊고 치밀하기 까지 합니다. 특히 유진의 내면 독백과 자기 고백은 문학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가능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결말 역시 단호한 정리보다는 여운을 택하고 있습니다. 유진이 살인자임을 암시하면서도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종의 기원’이란 제목처럼, '인간이란 종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모호함은 오히려 소설의 힘이 된다고 생각이 됩니다. 『종의 기원』은 한 편의 서스펜스를 넘어서, 인간의 본성과 죄, 기억과 망각, 선함과 악함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정유정은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이라는 종이 가진 어두운 가능성을 조명하며, 동시에 그 속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존재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과연, 본능에 저항할 수 있는가? 혹은 당신도 유진처럼,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 질문은 책을 접하는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서스펜서를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