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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작가의 『비눗방울 퐁』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5. 28.

이유리작가 '비눗방울 퐁' 책표지.

『비눗방울 퐁』은 작가 이유리가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완성한 성장 치유 소설입니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어른의 상처가 만나는 지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동화나 판타지를 넘어서는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린 소녀 하늘이 상실과 외로움, 그리고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치유받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갑니다.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이유리 작가는 독자에게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묻고 있는 듯 합니다.

1. 줄거리 : 비눗방울 속의 소망을 따라

주인공 ‘하늘’은 11살 소녀로, 도심 외곽의 오래된 아파트에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후, 그녀의 삶은 조용하고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었죠. 아버지는 사고 이후 실직과 우울증을 겪으며 감정을 닫았고, 하늘은 정서적인 소통 없이 외로움에 젖어 살아가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조용한 아이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교실 구석에 앉아 있습니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어릴 적 어머니와 불던 비눗방울을 기억하는 것 뿐 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옆 공터에서 하늘은 정체불명의 할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낡은 옷차림에 자그마한 체구를 가진 할머니는 비눗방울을 불며 "진짜 소망이 담긴 비눗방울은 세상을 잠시 멈추게 한다"고 말합니다. 하늘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할머니가 건넨 비눗방울 통을 받아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날 밤, 하늘은 조심스럽게 비눗방울을 불고, 놀랍게도 주변의 시간이 멈추는 듯한 환상적인 광경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비눗방울 속에서 하늘은 과거와 미래,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감정을 교류하게 됩니다.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어린 시절의 엄마였습니다. 비눗방울 안에서 엄마는 언제나처럼 따뜻하게 하늘을 반기고, 하늘은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랑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후 하늘은 비눗방울을 통해 현재 친구들과의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자신이 친구들에게 마음을 닫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맛보게 됩니다. 또 다른 비눗방울 속에서는 미래의 자신을 만나게 되며, 지금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합니다. 하지만 마법은 끝이 있었습니다. 비눗방울 할머니는 "현실을 도피하는 것은 잠시일 뿐"이라고 경고합니다. 마지막 비눗방울 안에서 하늘은 다시 한번 엄마와의 이별을 맞이합니다. 하늘은 결국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비눗방울을 입으로 불어 조용히 터뜨립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고, 아버지도 눈물을 흘리며 응답하게 됩니다. 이후 둘은 함께 비눗방울을 불며 소소한 웃음을 되찾고, 하늘은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2. 등장인물 :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감정의 여정

-. 하늘: 이 작품의 중심인물입니다.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복잡한 상황을 이겨내려는 내면의 힘이 있습니다. 엄마의 죽음, 아버지와의 단절, 친구들과의 거리감 속에서도 하늘은 자신의 방식으로 감정을 정리하고 성장해 나가게 됩니다. 비눗방울이라는 마법적 장치를 통해 외면했던 진심과 마주하면서, 감정적으로 더욱 단단해집니다. 그녀는 현실을 마주하는 용기를 배우며 독자에게도 '진짜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 합니다.

-.비눗방울 할머니: 이야기에 환상적인 요소를 더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하늘에게 비눗방울 통을 건네주고, '소망이 담기면 세상이 멈춘다'는 말을 남깁니다. 그녀의 정체는 끝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지만, 일종의 상징적 존재이자 하늘의 무의식적인 욕망과 회복의 안내자 역할을 합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모호한 존재이지만, 그녀는 하늘에게 성장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하늘의 아버지: 엄마의 죽음 이후 실직과 슬픔에 빠져 감정을 차단하고 살아온 인물입니다. 자녀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하늘과도 감정적으로 단절된 상태로 말이지요. 하지만 하늘의 변화와 고백을 계기로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가며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됩니다. 이 인물은 '무너진 가족'이 어떻게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상징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엄마: 이야기 내내 회상과 환상의 형태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하늘에게 있어 엄마는 그리움과 따뜻함, 그리고 상실의 상징입니다. 비눗방울 속에서 만나는 엄마는 여전히 자상하고 사랑스럽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늘이 현실을 선택하도록 이끄는 감정적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그녀는 하늘이 과거의 아픔을 수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 배경 및 분위기: 도심 속의 고요한 마법

작품의 배경은 현실적인 도심 외곽의 낡은 아파트 단지와 학교, 공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삭막하고 조용한 공간은 하늘의 내면 상태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녀의 일상은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고, 정서적으로 단절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환상 속 비눗방울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죠. 그곳은 시간도, 공간도 멈춘 듯한 마법의 장소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조명이 특징입니다. 각 비눗방울 속의 배경은 하늘의 감정 상태에 따라 변화하며,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했던 주방, 친구들과 다투었던 교실, 미래의 하늘이 사는 정원이 그려집니다.

이처럼 두 세계의 대비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현실은 차갑고 제한적이며, 환상은 자유롭고 따뜻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환상 세계를 영원히 머물 곳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환상을 통해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하며, 독자들에게 ‘진짜 변화는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배경은 이야기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장치이며,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책을 보는 내내 저의 몰입도도 높아졌습니다.

4. 도서평: 성장과 치유의 섬세한 여운

『비눗방울 퐁』은 동화 같은 포장 속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의 상실, 가족 해체, 정서적 방임, 사회적 고립 등 무겁고 복잡한 주제를 어린 주인공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감정적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마법적 장치는 극적이지만,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감정의 변화는 매우 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문장은 시적이면서도 직관적 입니다. 하늘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따라가는 내레이션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울림을 줄거라 생각 됩니다. "행복은 꼭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어. 내가 느끼면 되는 거야." 같은 문장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래 남았습는다. 문학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한국형 마법 리얼리즘의 새로운 가능성’이라 평하기도 했던 작품입니다. 동화와 현실, 감성과 이성이 적절히 배합된 『비눗방울 퐁』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진정한 치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아이의 환상 체험기를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슬픔과 외로움,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작고 투명한 희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비눗방울 퐁』은 모든 독자에게 따뜻한 감정의 여운을 남기며, 진짜로 중요한 것은 ‘마법이 아니라 용기’라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