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는 김호연 작가 특유의 유쾌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현대 한국 사회 속 ‘이상주의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동명의 고전 『돈키호테』를 모티프로 삼은 이 소설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평범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시대착오적인 ‘정의감’을 가진 한 사내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상과 현실, 환상과 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고군분투하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1. 줄거리 요약
소설은 서울의 한 조용한 골목, 작은 만화방을 운영하는 주인공 ‘도만식’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도만식은 50대 후반의 남성으로, 대학 시절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며 시위를 주도하고, 글을 쓰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상을 품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를 사회의 변방으로 밀어냈고, 그는 지금 만화방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일상은 어느 날 불쑥 찾아온 한 중학생 ‘기훈’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기훈은 도만식이 옛날에 쓴 글을 우연히 접하고, 그를 ‘진짜 어른’이라 생각하며 도움을 청합니다. 도만식은 망설이다가 기훈을 도와주기 위해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방식은 어딘가 어설프고 시대에 뒤떨어진 면이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잘 다루지 못하고, SNS의 문화도 낯설지만, 그는 정면으로 부딪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그의 '기사도적 행동'은 때로는 사회에서 조롱받고, 무시당하기도 하지만, 그 진심은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씩 영향을 미칩니다. 이 과정에서 도만식은 자신이 대학 시절 함께 활동했던 친구이자 현재는 성공한 국회의원이 된 ‘이윤석’과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과거의 열정과 현재의 타협 사이에서 그는 괴리감을 느끼지만, 끝내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결국 도만식은 기훈을 지켜내고, 만화방을 지키고, 자신의 방식대로 ‘정의’를 실현해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소소한 웃음과 함께 깊은 감동을 전합니다.
2. 주요 등장인물
- 도만식
작품의 중심 인물로, 현대판 돈키호테라 불릴 수 있는 인물입니다. 과거에는 뜨거운 이상주의자였으나, 현실에서는 작은 만화방을 운영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정의를 외면하지 못하는 그의 성격은 결국 다시금 ‘변화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됩니다. 고집스럽지만 순수하고, 어설프지만 진심인 그 모습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줍니다.
- 기훈
중학생으로,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 우연히 도만식의 과거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아 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처음에는 수동적이고 불안정한 모습이지만, 도만식과의 만남을 통해 점차 자존감을 회복하고 변화를 시작합니다. 그는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상징합니다.
- 이윤석
도만식의 대학 시절 동지였으며, 현재는 국회의원으로 성공한 인물입니다. 현실 정치에 물든 모습으로 등장하며, 도만식과의 갈등을 통해 ‘이상과 타협’의 문제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완전히 악역은 아니며, 복잡한 인간 내면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정미라
도만식의 이웃이자 만화방의 단골 손님. 싱글맘이자 사회복지사로 등장하며, 현실에 밀려 꿈을 접고 살아가는 전형적인 2030 여성의 삶을 보여줍니다. 도만식의 순수함에 감동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 존재로 균형을 이룹니다.
3. 배경 설정
소설의 주 무대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점차 재개발의 흐름에 밀려 사라져가는 골목과 만화방입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기억'과 '정체성'이 스며든 장소로, 도만식이라는 인물의 내면과 닮아 있습니다.
낡고 작지만 따뜻한 이 만화방은, 더 이상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장소이지만, 오히려 그런 곳에서 진짜 인간적인 가치들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한 세상 속에서 오히려 소외된 진심,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말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은 현대 우리들에게 묘한 향수와 위안을 줍니다. 또한 학교, 구청, 정치인의 사무실 등은 사회 시스템의 상징으로 등장하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상반된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4. 도서평 및 느낀 점
『나의 돈키호테』는 현대 사회에서 '순수한 이상'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보여주는 따뜻한 소설입니다. 도만식은 결코 완벽하거나 멋진 영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어리숙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그 어떤 정치인이나 전문가보다도 진심으로 다가옵니다.
김호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것은 거창한 혁명도, 위대한 성과도 아닙니다. 작은 만화방을 지키고, 한 아이를 구해내고,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행동들 그것이 이 시대의 '기사도 정신'이 아닐까요? 이야기 전반에 유머와 페이소스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읽는 내내 부담 없이 몰입할 수 있으며,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오래도록 남습니다. 특히 청소년, 청년, 그리고 중장년까지 각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과 상황을 통해 폭넓은 연령층의 독자들을 만족시킬거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기훈’이라는 인물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며, 청소년 독자에게도 권하고 싶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도만식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 안의 ‘조금 어설픈 이상주의자’를 다시 꺼내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