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김초엽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결론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7. 5.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 책표지.

『지구 끝의 온실』은 SF라는 장르적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본질은 생명에 대한 경외, 돌봄과 연대의 회복,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서정적인 서사소설입니다. 김초엽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보며 살아갈 수 있는가?”, “위기 이후에도 삶은 계속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유기적인 회복과 가능성을 탁월하게 그려냅니다. 식물, 생태, 여성, 연결, 복원 등의 키워드가 작품 전반을 이끌며, 묵직하지만 아름다운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집니다.

1. 줄거리 – 사막화 이후, 식물이 남긴 기억

1부: 사막의 도시, 그 너머의 이야기
소설은 바이러스 '그린블라이트'가 지구 전역을 휩쓸고 난 이후, 대부분의 생태계가 붕괴된 미래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이 바이러스는 식물에 기생하며 급속히 번식하고,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식물 없는 삶’을 선택합니다. 대부분의 도시는 ‘녹색 제로 존’으로 전환되고, 인간은 자연과의 단절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주인공인 아영은 ‘회복청’ 소속 조사원으로, 격리된 지역을 순찰하며 그린블라이트의 흔적을 추적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어느 날 그녀는 '그린블라이트의 기원'이라 불리는 ‘푸른 온실’이 존재했던 장소에 대한 보고서를 접하고, 폐허가 된 한 지역으로 향하게 됩니다. 거기서 그녀는 이 바이러스의 진짜 정체, 그리고 오래전 사라진 인물들에 대한 흔적을 만나게 됩니다.

2부: 지구 끝의 온실 – 기억의 주인공들
이야기는 30여 년 전,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초기 시점으로 전환됩니다. 폐허가 된 도시 변두리에서 식물학자 유진, 생태학자 리안, 그리고 몇 명의 연구원들은 인류가 외면한 ‘식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하고 돌보던 비밀스러운 공동체 ‘푸른 온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푸른 온실은 바이러스의 실체를 직면하며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탐색하는 공간이자, 구성원들이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안전지대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실험은 정부의 감시망에 포착되고, 결국 그린블라이트에 대한 연구와 함께 온실은 폐쇄됩니다. 그 와중에 아이를 잃은 리안, 연구의 책임을 홀로 떠안게 된 유진, 그리고 온실을 함께 지키던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3부: 남겨진 이야기, 이어지는 삶
현재로 돌아온 아영은 회복청의 명령을 어기고 폐쇄 지역에서 발견한 온실의 흔적을 분석하면서, 이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삶을 추적합니다. 그녀는 결국 유진의 생전 기록을 발견하고, 푸른 온실의 마지막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됩니다.

소설은 종국에 이르러, 바이러스가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식물이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신호, 혹은 공존을 위한 새로운 언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아영은 과거의 인물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 새로운 선택을 하고, 식물이 다시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섭니다. 그렇게 “사라졌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다시 살아난다”는 믿음이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2. 등장인물 – 식물을 사랑했던 사람들

-.아영
미래 시점의 조사관. 외부와 단절된 채 자란 세대이지만, 무언가 다른 길을 찾고자 푸른 온실에 대한 기록을 추적합니다. 그녀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인물이며, 이 소설의 ‘다리’ 같은 존재입니다. 회복청이라는 체제의 일부이지만, 내부에서 균열을 만들고 나아가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유진
식물학자이자 푸른 온실의 설립자 중 한 사람. 극도의 불안정한 시대 속에서도 식물과 인간의 공존을 포기하지 않았던 과학자입니다. 마지막까지 실험을 지속하며 기록을 남겼고, 그 기록은 후대의 희망으로 남습니다.

-.리안
생태학자이자 유진의 동료. 자신이 돌보던 식물과 아이를 모두 잃은 상처가 있으며, 그 상실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갖게 됩니다. 리안은 유진과 대비되는 방식으로 자신의 고통을 안고 살지만, 결국 또 하나의 씨앗이 됩니다.

-.에이든, 선주, 라파
푸른 온실의 조력자들. 각자 과학자, 기술자, 간호사 등의 역할을 하며 공동체의 유지를 도왔던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돌봄’과 ‘유지’를 실천했고, 소설은 이들의 조용한 노력에 조명을 비춥니다.

3. 배경 – 그린블라이트 이후의 세계

『지구 끝의 온실』은 기후 재난 이후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지만, 절망만이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폐허 속에서도 식물은 자라나고, 사람은 서로를 돌보며, 기억은 연결됩니다.

그린블라이트라는 식물성 바이러스는 일종의 상징이라고 보여집니다. 인간의 탐욕과 자연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위기이자,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입니다. 이로 인해 식물이 제거된 세상, ‘녹색 제로 존’은 철저히 관리되고 생명이 사라진 공간이 되며, 그런 세계에서 ‘식물’은 금기이자 전설 같은 존재로 남겨져 있습니다.

푸른 온실은 그 반대의 공간이라고 보여집니다. 통제 밖에 있으며, 식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거의 유일한 장소입니다. 이 대비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또한 회복청이라는 체제는 안전과 통제를 앞세운 냉정한 권력을 상징하며, 인류가 위기 앞에서 취한 선택 ‘두려움에 기댄 생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4. 도서평 – 식물이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

『지구 끝의 온실』은 장르문학, 특히 한국 SF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줍니다. 김초엽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과학과 서정성, 세계관과 감정, 기술과 돌봄을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해내는 뛰어난 균형을 선보입니다.

많은 독자들은 이 소설을 “울고 싶을 때 다시 펴보는 책”,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라 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돌봄의 윤리, 기억의 복원, 서로 다른 세대 간의 연대 등 여러 키워드가 유기적으로 엮이며, 이 작품은 단순한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생명 서사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 보입니다.

또 많은 문학평론가들은 『지구 끝의 온실』을 두고 “생태문학과 여성주의 SF의 결합”, “SF가 도달할 수 있는 정서적 깊이를 극한까지 끌어낸 작품”이라 평했습니다. 특히 김초엽 작가의 전작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 과 비교했을 때, 보다 거대하고 구조적인 시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문학적 성취가 높다고 느껴졌습니다.

5. 결론: 돌봄은 미래를 바꾼다

『지구 끝의 온실』은 인간이 만든 재난 이후에도 돌봄과 연대, 기억과 식물은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시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은 묻습니다.
“우리는 어떤 세계를 남길 것인가?”
그리고 조용히 답합니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실 한 칸이 될 수 있다면, 미래는 아직 가능하다.”

김초엽 작가의 이 소설은 단지 SF의 형식을 빌린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이 작품은 현실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미래소설이며,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지구의 속삭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