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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작가의『살인자의 기억법』:줄거리,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5. 4.

김영하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 책표지.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은 노년의 알츠하이머 환자이자 과거 연쇄살인이었던 주인공 '병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심리 스릴러입니다. 이 작품은 기존 범죄소설의 틀을 벗어나 기억의 불완전성과 도덕적 혼란을 날카롭게 조명하며, 독자에게 극강의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1. 줄거리- 병수의 혼란스러운 기억과 현실

『살인자의 기억법』의 중심 줄거리는 과거 연쇄살인을 저질렀던 병수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점차 잃어가면서 시작됩니다. 이제는 평범한 노인처럼 살아가는 병수는 일기를 쓰며 자신을 기록하고, 주변의 일들을 정리하려 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 딸 은희에게 접근하는 남자 민태주를 본 뒤, 그는 그가 또 다른 살인범임을 직감합니다. 문제는 병수의 기억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일기조차 엉망이 되어가고, 현재와 과거가 뒤섞이며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그는 자신이 진짜 연쇄살인범이었는지도 의심하고, 민태주를 실제 위협으로 보면서도 그 판단이 과연 정확한지 끝내 확신하지 못합니다. 병수는 점점 심화되는 혼란 속에서도 은희를 지키기 위해 민태주를 쫓고자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본 것이 진짜인지 망상인지 불확실하며, 딸의 정체조차 모호해집니다. 끝내, 병수는 민태주와 마주하며 충격적인 진실에 다가가지만, 그 순간조차 확실하지 않은 기억 속에 묻히고 맙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책을 읽은 우리들의 해석에 따라 열려 있습니다. 병수가 진짜 살인자인지, 민태주가 진범인지, 혹은 병수의 모든 기억이 왜곡된 허상일 뿐인지 이 모호함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2. 등장인물분석- 심리의 다면성

1. 병수 – 주인공이자 화자. 과거 연쇄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백하지만, 그 기억조차 알츠하이머로 흐려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관찰하고 기록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지만, 점점 현실과 환상이 혼재되어 갑니다.

2. 은희 – 병수가 양딸처럼 키운 인물로, 따뜻하고 헌신적이지만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거리감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3. 민태주 – 딸에게 접근하는 의문의 남자. 병수의 시선으로는 잔혹한 살인범이며, 과거 병수의 잔혹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4. 최반장 – 병수의 과거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 그 역시 병수의 말이 현실인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야기의 현실성을 한 층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3. 배경- 폐허와 잔혹함으로 가득한 배경

소설의 배경은 병수가 운영하던 동물병원, 병수의 집, 그리고 은희가 다니는 미술학원 등 비교적 일상적인 장소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이 평범함 속에 짙은 불안과 폐허감이 깔려 있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배경을 화려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상황에 맞춰 생략과 반복을 사용하며 심리적 폐쇄감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병수의 일기장, 흐릿한 기억의 단편 등은 시각적 묘사보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배경을 설정합니다. 배경은 단순한 무대가 아닌, 하나의 심리적 장치로 그려냅니다.

4. 도서평- 기억의 왜곡과 문학적 스릴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예리한 문장력으로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작품입니다. “기억이 사실을 지배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진실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깊게 파고들며, 단순한 범죄소설을 넘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병수의 1인칭 시점은 책을 읽는 내내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그 혼란 자체가 이 소설의 의도이자 김영하 작가의 작품에 매력입니다. 일기, 내레이션, 의심, 반복되는 장면들은 모두 독자로 하여금 믿음을 시험하게 만들고, 진실을 적극적으로 파악하려는 독서 경험을 유도합니다. 김영하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단순한 살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기억이라는 불완전한 인식 도구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죄의식을 파고드는 심리소설입니다. 독자는 병수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판단을 내려야 하며, 마지막까지 진실은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 열린 구조 속에서 독자 스스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점이 이 소설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듭니다. 문학성과 대중성, 철학적 깊이를 모두 갖춘 명작으로, 김영하 작가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사심담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