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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작가의『바깥은 여름』: 줄거리,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5. 6.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책표지.

 

『바깥은 여름』은 2017년 출간된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으로, 총 7편의 중·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표제작인 「바깥은 여름」은 특히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아이를 잃은 한 부부의 상실과 애도를 조용하고 절제된 문체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김애란작가의 특유의 섬세한 문장력과 일상의 균열을 꼼꼼하게 포착하는 감각은 독자로 하여금 감정의 깊은 층위를 경험하고 느끼게 합니다.

1. 줄거리 요약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입니다. 주인공 '나'는 소설가이며, 남편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입니다. 그들의 아들은 초등학생으로, 체험학습 도중 익사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납니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부부는 그 집을 떠나 새 아파트로 이사하지만, 새로운 공간에서도 아이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이의 장난감, 목소리, 웃음소리, 함께했던 기억이 곳곳에 남아 있어, 공간을 바꿔도 상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아내이자 엄마는 글을 쓰려 하지만 어떤 문장도 써지지 않습니다. 아이가 생긴 이후로 줄곧 아이에 맞춘 삶을 살아왔고, 이제 아이가 없는 세상에서 무엇을, 왜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집필은 중단되었고, 식사 준비조차 하기 힘든 날들이 이어집니다. 남편은 자신의 방식대로 아내를 위로하려 하지만, 두 사람은 점점 대화를 줄이며 침묵 속에 갇혀 살아가게 됩니다. 작품 중반, 아내는 아들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방을 정리하려다 멈칫하고, 결국 눈물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벽에 붙은 아이의 그림과 손때 묻은 책들, 반쯤 쓰인 노트, 멈춘 시계 등이 그녀의 마음을 무너뜨립니다. 작품의 말미에서, 아내는 베란다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바깥은 여름이었다"는 문장을 떠올립니다. 이 문장은 슬픔에 갇힌 내면의 겨울과, 아무 일 없다는 듯 계속 흘러가는 세상의 여름을 대조하며, 책을 읽어가는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저는 더없이 가슴아파하며 이 작품을 접했습니다.

2. 등장인물 분석

1. 아내 (화자, 소설가)
작품의 화자이자 중심 인물입니다. 아들은 그녀의 인생 중심이자 창작의 영감이었으며, 아들을 잃은 후 그녀는 내면적으로 크게 붕괴됩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 글도 쓰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냅니다. 세탁기를 돌리거나 방 정리를 하다가도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음식을 태우거나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일이 잦아집니다. 그녀는 누군가와 고통을 나누고 싶지만, 동시에 아무도 자신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절망에 갇혀 있습니다. 문장을 쓰는 작가임에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실의 크기를 통해, 김애란은 언어의 한계와 애도의 본질을 깊이 있게 성찰합니다.

 

2. 남편 (대학교수)
아내만큼이나 큰 상실을 겪었지만, 사회적 역할과 직업적 책임 속에서 감정을 억제하려 애씁니다. 그는 직장에서 평소처럼 학생을 가르치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면 아내와의 거리감 속에서 점점 침묵에 익숙해지고, 아내의 감정 변화에 당황하거나 외면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사한 새 집에서 아이의 흔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갈등을 느끼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남편은 작중에서 ‘표현하지 못한 고통’의 상징이며, 애도의 남성적 모습과 가부장적 기대가 억압된 정서로 드러납니다.

 

3. 이웃 및 주변 인물
작품에 직접적으로 길게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웃이나 친구, 친척 등의 짧은 언행은 주인공 부부에게 또 다른 충격이 되거나, 반대로 미묘한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웃이 무심코 던진 “애가 없으면 부부끼리 좋잖아요”라는 말은 화자의 마음에 비수를 꽂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인간관계 속의 무감각함과 무의식적 폭력을 비판하면서도,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3.  배경

『바깥은 여름』은 공간적, 계절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물의 내면을 반영합니다. 계절은 여름이지만, 인물의 정서는 겨울과도 같으며 이 대비는 제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바깥은 여름’이라는 문장은 단순히 날씨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멀쩡히 돌아가지만 자신만이 멈춰 서 있다는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배경은 도심의 아파트 단지로 설정되어 있고, 이 단순한 공간은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됩니다. 엘리베이터, 베란다, 이삿짐, 아이의 방 등 일상적인 사물들이 상실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김애란 작가는 이러한 배경 설정을 통해 책을 읽는 내내 우리가 인물의 감정들에 극도로 몰입하게 하며, 독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 회상과 현실이 교차하며 구성됩니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주인공의 기억 속을 오가는 플롯을 통해 상실의 무게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저는 작품을 읽으며 마치 한 편의 잔잔한 영화처럼 주인공의 정서를 따라가게 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4.  도서평

『바깥은 여름』은 한국 현대문학에서 상실과 애도를 가장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격한 감정보다는 정적이고 절제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히려 그 절제가 독자의 감정을 더욱 강하게 자극합니다. 특히 김애란 특유의 문체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깊은 생각과 배려가 담겨 있어,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문학은 종종 우리가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을 대신 표현해 줍니다. 이 작품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고통, 애도의 층위를 차분하게 탐색하며,책을 접한 우리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밉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상실과 그 이후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특히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 묘사되지 않은 틈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점이 이 작품의 큰 매력입니다. 또한 『바깥은 여름』은 단지 상실을 다룬 소설이 아닌, 남겨진 자들이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계절은 바뀌며,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름을 맞이하지만, 그 안에서 멈춰 선 한 사람의 겨울을 그려낸 이 소설은 독자에게 오랫동안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김애란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문학이 가진 조용하지만 강력한 위로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