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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작가『회색인간』: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도서평

by redbull-1 님의 블로그 2025. 5. 12.

김동식작가 '회색인간' 책표지.

 

『회색인간』은 평범한 공장 노동자였던 김동식 작가가 인터넷 커뮤니티 ‘브런치’에 짧은 소설을 연재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출간한 중단편 연작소설집입니다. 제목과 같은 수록작 「회색인간」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고도 간결하게 담아낸 34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김동식 작가는 특유의 직설적인 문장과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통찰력으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중에서도 표제작 「회색인간」은 한국 사회의 무관심, 집단 심리, 비인간화된 시스템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주는 작품입니다.

1. 줄거리

『회색인간』은 한 사람의 시점을 통해 회색 옷만 입고, 회색 음식만 먹고, 회색 말을 하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사회를 묘사합니다. 이 사회에서 ‘색’은 금기이며, 누군가 다른 색을 보이거나 말을 하면 단번에 제거됩니다. 사람들은 회색을 통해 통제되고, 개성은 억압당하며, 감정 표현조차 금지된 채 살아갑니다.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회색 사회에 순응하며 자라왔고, 그것이 ‘정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어떤 여자가 붉은색 옷을 입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뒤, 그의 내면에서 질문이 시작됩니다. "왜 우리는 회색이어야만 하지?" 그는 차츰 의심을 품게 되고, 어느 날 몰래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합니다. 그러나 이내 그는 ‘회색이 아닌 존재’를 배제하는 이 사회의 엄청난 탄압과 감시 시스템을 깨닫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회색이 아님이 드러날까 봐 끊임없이 감정을 숨기고, 타인을 감시하며, 비회색 존재를 신고합니다. 주인공 역시 이 체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점점 타인을 밀어내는 행위에 익숙해지고, 결국 자신도 모르게 그 집단의 일부가 되어버립니다. 작품은 색을 빼앗긴 사회, 자율성을 박탈당한 인간, 익명성과 집단성에 기반한 폭력 등을 다루며, 무채색 사회 속에서 진정한 인간성과 개별성은 무엇인가를 질문합니다. 끝내 주인공은 ‘회색의 완성체’가 되어버리고, 그 속에서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완벽한 회색인간’으로 변해 갑니다. 그는 스스로를 지켜냈다고 믿지만, 독자는 그 과정이 얼마나 깊은 타협과 자기 배신이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2. 등장인물

1. 주인공 (이름 없음)
이야기의 화자이자 중심 인물로, 철저하게 회색 사회에 길들여진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회색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고, 회색 규율을 의심 없이 따르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사회의 틀에 의문을 갖게 되며 내적 갈등을 겪습니다. 그는 결국 생존을 택하지만, 그 대가는 ‘자기 자신’의 상실입니다.

 

2. 붉은 여인
주인공의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인물입니다. 회색 사회에서 색을 입는다는 것은 ‘존재의 반역’이며, 그녀는 그 반역을 감수하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등장 시간은 짧지만, 작품 전체의 주제를 상징하는 강렬한 인물입니다.

 

3. 이웃들 / 동료들
대다수는 이름조차 없이 등장하며, 철저히 회색 시스템에 순응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감정 없는 대화, 동일한 복장, 표정 없는 얼굴로 등장하며 주인공이 시스템 속에서 안주하도록 만들거나, 때로는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모습은 현실 사회 속 무관심한 다수를 은유합니다.

3. 배경

『회색인간』의 배경은 작가가 직접 설정한 가상의 전체주의 사회지만, 그 속에 담긴 상징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회색이라는 색상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닌, 개성의 제거, 통일성의 강요, 감정의 무력화를 상징합니다. 이 세계에서 회색이 아닌 것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분노하거나 두려워합니다. 이는 사회가 얼마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차이를 배척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표현됩니다. 이 사회의 배경은 익명성과 감시로 이루어진 구조입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며, ‘정상’이 아닌 사람을 제거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는 디스토피아적 설정이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유사한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온라인에서의 여론 몰이, 마녀사냥, 무관심 속의 차별과 혐오 등은 작품의 설정과 놀라운 유사성을 보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주인공이 결국 선택한 ‘회색인간’으로의 정체성은, 단지 사회에 맞추어 살아남기 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자기 부정과 동화입니다. 이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감추고 다수에 묻혀버리는 현대인의 자화상과 겹쳐집니다.

4. 도서평

『회색인간』은 김동식 작가의 짧고 강렬한 문장 속에 사회 비판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응축된 작품입니다. 과장되지 않은 문체와 서술 방식으로도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며, 단숨에 읽히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특히 표제작 「회색인간」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세계관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고, 이야기의 흐름 또한 완결성 있게 전개됩니다. 이 작품은 ‘다른 것을 두려워하는 사회’, ‘말하지 않는 개인’, ‘내면을 숨기는 집단’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우화적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그리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회색인가?” 그리고 이어서 또 하나의 질문, “나는 왜 회색을 선택했는가?” 김동식 작가는 문학적 기교보다는 본능적인 서사를 통해 사람의 본성과 사회 구조를 조명합니다. 『회색인간』은 특히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느껴지는 동일성 강요와 다름에 대한 혐오를 날카롭게 꼬집는 작품으로,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에게 사고의 계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문학적 추천작입니다.